“에이전트 패싱 근거 못 찾았다” 선수협, SSG-김민식 계약 관련 공식 입장… 발표에도 분쟁 씨앗 남았다

최근 FA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SSG 랜더스와 김민식(35) 사이에서 벌어진 에이전트 패싱 논란과 관련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선수협의 공식 발표에도 각 당사자 간 갈등이 쉽사리 봉합될 여지를 보이지 않아 분쟁의 씨앗은 남게 됐다.

김현수가 회장으로 있는 선수협은 24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각 당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에이전트 패싱이 이뤄졌다고 판단할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선수협은 “지난 17일 A 대리인으로부터 B구단과 C선수의 FA 계약 협상을 하던 중, 구단 측이 의도적으로 대리인을 배제한 채 선수와 FA 계약 협상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에 선수협은 당사자들과 만남을 통해 각각 의견을 청취했고, 내용을 취합해 정리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당초 선수협은 서로 오해로 발생됐을 수도 있는 상황을 정리해 화해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중재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중재에는 실패했으나, 한 가지 확실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있다. 이번 분쟁의 핵심인 ‘에이전트 패싱’이 이뤄졌다는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선수협은 “취합된 각각의 의견을 종합하고 각 당사자 간의 이견을 또 다른 상대방에게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이 분쟁사항의 핵심인 에이전트 패싱이 이뤄졌다고 판단할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공인선수대리인 규정에는 FA 혹은 연봉 협상 과정에서 선수나 구단이 의도적으로 공인선수대리인을 배제했다고 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징계할 조항이 없다. 아울러 FA 계약, 연봉 협상 등이 진전되지 못할 경우, 공인선수대리인이 제외되고 선수와 구단이 직접 계약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는 공인선수대리인 제도의 근간과 질서 확립을 위해 지양돼야 할 사항이며, 제도의 주체인 선수협으로서는 이를 경계하고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의미로 이번 분쟁은 공인선수대리인 제도의 현재의 불완전성과 미래의 지향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인선수대리인과 전 구단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는지 조사해 앞으로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분쟁에 얽힌 선수와 구단은 김민식과 SSG다. 2023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갖춘 김민식은 대리인 A를 내세워 SSG 잔류를 목표로 협상에 나섰다. 선수도 SSG도 잔류가 최우선 목표였기에 협상은 순탄할 것으로 보였으나, 예상 외로 진행 속도가 더뎠다.

12월부터 시작된 협상이 해를 넘겼고 구단은 결국 마침 먼저 SSG에 문을 두드린 또 다른 포수 FA 이지영(38)과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SSG는 이지영과 그의 전 소속 구단 키움 히어로즈와 빠른 합의를 봤다. 지난 12일 키움에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2억 5000만 원을 넘겨주는 사인 앤 트레이드 조건으로 이지영과 2년 총액 4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 소식에 김민식은 직접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은 16일 SSG는 “포수 김민식과 2년 총액 5억 원(연봉 4억 원, 옵션 1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김민식의 대리인 A는 구단이 의도적으로 대리인을 배제하고 선수와 직접 접촉을 시도, 계약을 끌어냈다는 주장을 했다.

수일간 조사한 결과, 선수협은 “에이전트 패싱이 이뤄졌다고 판단할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놓았고 동시에 한계점을 발견했다. 선수협은 “각 당사자 간 주장이 너무 상반되고 의견 차이 간극이 너무 커서 중재나 봉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선수협은 각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 외에 특별한 조사나 증거 수집에 대한 권한이 없어 해당 분쟁 사항에 특정 결론을 내리는 것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에이전트 패싱’ 논란 관련 선수협회 입장문 전문이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김현수, 이하 ‘선수협회’)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인선수대리인-구단 간 FA 계약 관련 분쟁, 소위 ‘에이전트 패싱’과 관련하여, 각 당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에이전트 패싱이 이뤄졌다고 판단할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지난 17일 A 공인선수대리인으로부터 B 구단과 C 선수의 FA 계약 협상을 하던 중, B 구단 측이 의도적으로 공인선수대리인을 배제한 채, 선수와 FA 계약 협상을 체결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접수됐고, 같은 날 모 언론사를 통해 해당 내용의 기사가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에 선수협회는 각 당사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각각 의견을 청취를 진행했고, 내용을 취합하여 정리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당초 선수협회는 서로 간의 오해로 발생됐을 수도 있는 상황을 정리해 화해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중재를 계획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각 당사자 간 주장이 너무 상반되고 의견 차이 간극이 너무 커 중재나 봉합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한 선수협회는 각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 외, 특별한 조사나 증거수집에 대한 권한이 없어 해당 분쟁사항에 대해 특정한 결론을 내리는 것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선수협회는 취합된 각각의 의견을 종합하고 각 당사자 간의 이견을 또 다른 상대방에게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내린 결과 이 분쟁사항의 핵심인 에이전트 패싱이 이뤄졌다고 판단할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또한 현재 공인선수대리인 규정에는 FA 혹은 연봉 협상 과정에서 선수나 구단이 의도적으로 공인선수대리인을 배제했다고 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징계할 조항이 없습니다. 아울러, FA 계약, 연봉 협상 등이 진전되지 못할 경우, 공인선수대리인이 제외되고 선수와 구단이
직접 계약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공인선수대리인 제도의 근간과 질서 확립을 위해 지양돼야 할 사항이며, 제도의 주체인 선수협회로서는 이를 경계하고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이번 분쟁은 공인선수대리인 제도의 현재의 불완전성과 미래의 지향점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선수협회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선수협회는 전 구단을 대상으로 현재 시행중인 공인선수대리인 제도의 목적과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과 상생을 요청하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으며, 공인선수대리인과 전 구단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는지, FA 협상 과정에서 양 측이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이나 이슈 등에 대해 조사해 나갈 예정입니다.

선수협은 이런 과정을 통해 공인선수대리인 제도가 향후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jasoncollins